사회

쓰레기 된 '선거 현수막', 재활용도 한계…"아예 안 쓰면?"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4-04-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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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22대 총선 선거 운동 기간 거리마다 걸려있던 후보들의 홍보용 현수막 많이 보셨을 겁니다.

    선거가 끝나고 홍보 역할을 다한 현수막은 버려지는데요.

    재활용이 되는 경우가 일부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도에 조주연 기자입니다.

    【 기자 】
    선거는 끝났고, 이제 할 일을 다한 각 후보들의 홍보 현수막은 쓰레기가 돼 버려집니다.

    이 현수막 1장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8kg에 달합니다.

    【 인터뷰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현수막이라는 것 자체가 대부분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들거든요. 결국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거든요. 그러니까 만드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이 되는 거고, 쓰레기로 배출되어서 이것을 소각을 하게 되면, 결국은 석유를 태우는 셈이 되는 거니까 또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죠."

    선거철은 현수막이 대거 사용되는 시기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3만 580여 장의 현수막이 쓰였습니다.

    올해 22대 총선은 아직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수막 개수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온 현수막 3만 580여 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92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온 셈이고, 이는 30년산 소나무 약 2만여 그루가 한 해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해당합니다.

    홍보 현수막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재활용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자치구에서는 수시로 현수막을 정리하고, 수거한 현수막을 업체와 협력해 재활용합니다.

    【 인터뷰 】박상희 / 서울 은평구 도시계획과장
    "지난해 한 해에만 약 2천여 장의 현수막을 수거했고 수거한 폐현수막의 일부를 장바구니와 마대자루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녹색발전소.

    이곳에서는 한 해에 약 10만 장의 현수막이 재활용됩니다.

    【 인터뷰 】김순철 / 녹색발전소 대표이사
    "주로 만드는 것이 저희가 가방, 장바구니, 마대, 모래주머니 다양해요. 자치구에서 (폐현수막을 수거해서) 가져오고 우리는 (재활용한 제품을) 자치구에 납품하고 그래요."

    현수막 막대기 부분은 다시 공장에 보내 재사용하고, 현수막 천 부분은 세척해 제품을 만듭니다.

    일반적인 현수막 1장으로 일반 마대는 2개, 에코백은 4개 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을 하면서도 재활용률은 2~30% 남짓.

    여러 홍보 문구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의 특성상 만들 수 있는 제품은 한계가 있고, 장바구니나 가방은 '예쁘지 않아서'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사용한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곳곳에 걸린 선거 현수막이 선거철의 상징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충분히 다른 홍보 방식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로 IMF 외환 위기가 강타했던 1998년에 열린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현수막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모든 후보들이 길거리에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하면, 현수막 대신에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홍보 방법, 대안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도 개선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이윤희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디지털 시대잖아요. 거리에 보면 LED 전광판이라든가, 기타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들이 많이 있는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보면 아직 전광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는 (선거 홍보 문구를) 게시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이런 것들이 아예 법적으로 제약이 있기 때문에 개정이 되면 현수막 사용을 줄이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선거 홍보물의 친환경 소재 사용, 현수막 재활용, 전자 공보물로의 전환 등을 담은 개정안이 9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의식이지만, 정치, 법과 제도의 영역으로 가면 밀려나고 잊히고 마는 상황.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고, 선거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TBS 조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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